베네수엘라의 암호화폐 '페트로'가 발행 첫 날 8000억원 어치를 판매했다. 국가가 정부 주도로 암호화폐를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페트로는 발행 첫날 20시간 만에 7억3500만 달러(약 7900억원) 어치를 팔았다. 다만 판매 수익에 대한 증거와 초기 투자자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베네수엘라는 현재 극심한 경제난에 처해 있다.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84%에 달했다. 외화 수입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석유 수출도 저유가와 생산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이 1만3천%, 경제성장률은 -15%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가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경제 제재에 나서고 있어 자금조달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베네수엘라 정부는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석유를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 발행을 결정했다. 암호화폐를 무기 삼아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금융시스템을 우회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베네수엘라는 지난 20일(현지시간)부터 석유 기반의 암호화폐 페트로를 발행했다. 총 발행량은 1억 개이며, 그 중 3840만 개를 다음달 19일까지 사전판매한다. 이후 4400만개가 추가로 경매에 나온다.
페트로의 초기 가격은 60달러로 책정됐다. 이는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1월 중순 1배럴 가격이다. 이후 가격은 유가 변동에 영향을 받는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획기적인 시도를 선보이고 있음에도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상황이다.
석유 생산량 감소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제대로 석유를 공급할 수 있는지, 시추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도 페트로의 성공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미국 재무부는 페트로 구매 역시 제재 위반 행위로 여기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베네수엘라에 이어 러시아도 서방 국가들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암호화폐 '크립토루블(Cryptorouble)'을 개발하고 있다고 최근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이는 페트로에 자극을 받은 것이라고 매체는 덧붙였다.
도요한 기자 [email protected]